할로윈 데이가 미국 것이 아니었다. 어디서 들은 건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주 당연히 할로윈 데이는 미국의 명절인 줄 알았다. 그래서 왜 영국에서 미국 명절을 그리도 챙기는가 궁금했다.

학교에서 알게 된 새롭고도 유익한 사실. 할로윈의 기원은 아일랜드에 있었다. 하지만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옮겨가며 할로윈 데이 또한 자연히 미국에 정착하게 되었고, 현재 할로윈 데이의 모습은 미국에서 만들어져 세계로 퍼지게 되었다. 좀비나 귀신 분장을 하고 코스튬을 하며 파티를 즐기는 부분은 특히.

어쨌든 한국에서 단 한 번도 챙겨본 적 없는 할로윈 데이지만, 영국에서까지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별나게 코스튬을 할 자신도, 돈도 없어, 센터에 있는 H&M에 가서 친구는 고양이 머리띠를, 나는 토끼 머리띠를 샀다. 8 파운드였다. 

10월 27일 토요일. 할로윈 주말이었다. 학교 친구들은 친한 이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할로윈 파티를 즐겼다. 거리는 온통 호박과 코스튬한 사람들로 넘실거렸다. 사실 최근 몇 년 간 한국에서도 워낙 할로윈이 대중화된 터라, 이태원과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가장 큰 다른 점은 이곳이 ‘원조’라는 사실 하나뿐. 

토요일 밤. 펍에 가 맥주를 마시고, 머리띠를 하고, 진한 갈색 아이라이너로 얼굴에 코와 수염을 그려 넣었다. 클럽에 가려다 9 파운드라는 입장료에 무릎을 꿇고, 바로 옆의 또다른 펍에 들어갔다. 펍 안에는 술과 음악에 몸을 맡긴 이들로, 창 밖에는 다양한 코스튬을 한 이들로 가득했다. 그렇게 토요일의 할로윈은 깊어갔다.

10월 31일 수요일. 할로윈 데이 당일. 학교에 분장을 한 스태프들이 돌아다녔다. 무.. 무서웠지만 재미있었다. 라운지에서 호박 장식을 만드는 액티비티도 하고, 코스튬 콘테스트도 진행했다. 정작 학교가 끝난 후엔 별 것 없었다. 물론 온 거리에 코스튬한 이들이 잔뜩이긴 했다. 한국에서의 여느 할로윈 데이처럼 이곳에서도 밤이 깊자 다들 술을 마시고 각자의 할로윈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