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사회에 뛰어들었다. 남들은 1년 일하고 퇴사, 2년 일하고 이직도 곧잘 하던데, 어쩐지 그건 내게 어려운 일이었고 6년 7개월간 내내 일만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서른이 다가왔다. 한 번쯤 외국에 나가 살아보고 싶었던 마음 반, 완벽한 영어 회화 구사에 대한 욕심 반으로 어학연수를 결심했다. 목적지는 영국의 브리스톨. 2018년 5월 감자유학에서 상담을 받고 수속 진행을 시작했다.

먼저 비자부터 준비해야 했다.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유학원에서 자세히 안내해준 덕분에 내가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없었다. 많은 서류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 잔고증명서다. 어쨌든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넉넉하게 넣어두고, 한달 정도 예치 후 비자 신청하기 직전 거래내역증명서를 뽑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에는 2000만원 정도 예치해두고, 일주일 만에 증명서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라 굉장히 초조했다. 비자 신청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뿐 아니라 학교 입학 날짜에 맞춰 퇴사하려 했는데, 비자가 나오지 않으면 모든 것이 어그러지게 된다. 이런 저런 우려가 많았지만 다행히 비자는 한 번에 나왔고, 그래서 9월, 드디어 출국하게 되었다.

티켓팅 당시 아시아나와 영국항공 둘 다 가격이 비슷해 고민하다, 영국항공을 선택했다. 이유는 23kg 수하물이 2개까지 허용되었기 때문인데, 지금 와 생각해보면 짐을 줄이고 아시아나를 타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우선, 짐은 많아 봤자 좋을 게 없다. 어쨌든 내가 다 짊어지고 가야하기 때문에. 그리고 생각보다 기내 자리도 좁았고, 기내식도 맛이 없었다.

그렇게 불편한 채로 12시간을 날아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픽업해주시는 분이 게이트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브리스톨은 이곳에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더 가야 한다. 픽업 기사님은 런던의 큰 한인타운 뉴몰든 지역에 살고 계신다고 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뉴몰든에 방문하면 한식을 대접해주겠다 말씀하셨다. 염치없게도 난 정말로 갈 작정이고!

어쨌든 그렇게 한국을 떠난지 15시간 남짓, 드디어 브리스톨에서 내가 당분간 머무르게 될 홈스테이 가정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호스트 제인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