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숱하게 다니며 짐 싸는데는 도가 텄지만, 1년치 짐을 싸는 건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유학을 다녀온 주변 사람들의 충고와 실제 현지에 와서 알게된 “한국에서 꼭 가져와야 할 물건”을 전한다.

1. 전기요     

필수 중의 필수. 별 다섯 개다. 영국에 다녀온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영국은 춥지만 한국처럼 한파는 없다. 하지만 내내 춥다. 밖도 춥고, 안도 춥다.”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도착한 첫날 밤 깨달았다. 난 9월 중순에 여기에 왔고, 전기요가 없었다면 얼어 죽었을 것이라 장담한다. 당연히 서양식 집은 온돌 난방이 되지 않고, 그렇다 보니 바닥이 무지하게 차갑다. 라디에이터가 있긴 하지만 거의 효과가 없고, 바닥에서 올라온 찬 공기로 인해 온 집안의 공기가 차갑다. 아늑한 건 전기요가 있는 내 침대뿐이었다.

2. 실내용 슬리퍼

집안에서 침대를 제외하고는 내내 신발을 신고 다니다 보니, 실내용 슬리퍼가 없으면 굉장히 불편하다. 한국에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버켄스탁 하나 들고 왔는데, 결국 파운드랜드에 가서 2파운드짜리 실내용 슬리퍼를 샀다. 무척 편하다.

3. 어댑터와 멀티탭

영국은 한국과 달리 240V의 전압을 사용하니 당연히 어댑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댑터를 많이 챙기는 것보다 멀티탭을 챙기는 게 훨씬 편하다. 나는 3구짜리 멀티탭을 사왔는데, 현재 굉장히 유용하게 쓰고 있는 중. 핸드폰, 노트북, 전기요 콘센트를 꽂으면 딱이다.

4. 헤어트리트먼트와 각종 크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영국은 한국과 물이 다르다. 물에 석회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때문에 머리를 감으면 무척 푸석푸석 해진다. 몸도 마찬가지. 거기에 건조한 영국의 날씨는 내 온몸을 바스러지게 만들기에 매우 충분하다. 안 그래도 건성 피부인데, 씻고 나오면 얼굴이 뜯어질 정도로 당기고, 아무리 핸드크림을 발라도 손이 푸석하다. 트리트먼트는 필수, 핸드크림과 수분크림 등도 많이 가져오면 좋다. 물론 여기도 팔긴 하지만, 원래 쓰던 것이 더 좋을 테니!

5. 우산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영국의 날씨답게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이 바뀌는데, 구름이 꼈다가 비가 오다가 해가 떴다가 또 비가 오다가 난리도 아니다. 그냥 하루 중 꼭 한번은 비가 내린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러니 가벼운 3단 우산을 365일 가지고 다닐 것. 아이러니한 점은 우산을 쓰는 사람은 ‘우리’뿐이라는 것이다. 영국인들은 대개 우산을 쓰지 않는다.

마지막 팁. National express 에서 운 좋으면 1파운드 버스를 찾을 수도 있다. 자주 이용할 계획이라면 코치 카드를 만드는 것이 좋다. 연회비가 있지만, 그만큼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 런던에서 파리까지 버스로 갈 수도 있다. 물론 비행기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