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내는 집의 호스트는 제인과 프레드릭 부부다. 그리고 다섯 마리의 강아지와 바로 옆방에 함께 지내는 홈메이트 세르지오가 있다. 동물을 몹시 좋아하는 나에겐 개들이 있는 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혹시 원하지 않는다면 유학원에 미리 얘기해 이런 저런 사항들을 선택해 원하는 가정을 배정받을 수 있다.

영국에 오기 전까지 홈스테이 가정의 인종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사실 호스트가 어디 출신인지는 꽤 중요한데, 인종 문제가 아니라 발음 문제 때문이다. 네이티브가 아닌 그들의 발음에 내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 대개 홈스테이 가정은 아랍계나 인도계가 많다고 하여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왔는데, 다행스럽게도(!) 백인 가정이었다.

위치는 학교와 시티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15분쯤 걸리는 거리의 한적한 주택가였다. 집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고, 근처에는 매우 큰 공원이 있고, 몇몇 슈퍼마켓과 헬스장도 있다. 크지 않은 동네임에도 있을 건 다 있어 편했고, 집 앞에서 버스만 타면 센터까지 금방 가니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다만 러시아워에는 어디나 그렇듯 2배 정도는 더 시간이 걸리니 학교를 갈 때 특히 참고하는 것이 좋고, 대중교통의 천국인 한국에서 온 관계로 이들의 버스 배차 간격이 너무나 길게 느껴지니 이 부분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좋다.

처음 오는 학생들은 보통 4주 정도 홈스테이를 신청하고, 학교 근처 레지던스를 가거나 플랫쉐어를 하는데, 난 12주간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우선, 호스트가 너무너무 좋았다. 다른 친구들이 머무르는 홈스테이의 호스트들은 “몇 시까지 저녁을 먹어야 하니 꼭 시간 맞춰 집에 들어와라”거나 “몇 시 이후부터는 샤워 금지”, “외박 금지” 등의 엄격한 룰이 있었는데, 제인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라고 말했고, 깨끗한 침구와 맛있는 식사를 제공해주었다. 물론 가격도 한 몫 했다. 대체로 홈스테이보단 플랫 쉐어가 저렴한 편인데, 내가 등록할 당시에는 4주를 등록하면 2주를 무료로 더 지낼 수 있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때마다 다른 이벤트가 있을 테니 유학원에 꼼꼼히 문의하시길.

홈스테이 가정이 마음에 안 들거나 비용 문제 등 여러 이유들로 따로 방을 구하고 싶다면 온라인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사이트는 https://www.spareroom.co.uk/ 로 원하는 지역과 비용, 홈메이트 등 다양한 정보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편하다.